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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생각

가사노동의 가치

by .> 2021. 1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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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이 글은 가사노동의 가치에 대한 일련의 계량적인 분석이나 가치 판단 같은 것을 운운하는 글이 아님.

그저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한 개인적인 생각이기에,

특정 집단을 옹호하거나 비방하는 글이 아님을 알리며 시작.

 

 

 

 

 

 

일 뿐만 아니라 모든 것이 그러할터인데,

이게 서브로 들어가는 것과, 메인으로 들어가는 건 상당히 큰 차이가 있다.

같은 일을 하지만 메인과 서브 사이의 그 갭은 엄청남.

 

 

가사노동도 마찬가지.

가사노동 = 집안일 = 청소, 빨래, 요리 등등.

청소, 빨래, 요리 같은 것들을 어쩌다 한 번 하는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빨래? 그거 세탁기에 빨래감 적당히 집어넣고 세재 넣고 돌리면 되잖음.

세탁기 돌아가는 동안 게임 좀 하거나 애니 두 어편 보고나면 빨래 끝나있고,

그거 건조기에 집어넣고 다시 게임, 애니, 드라마 보고,

건조기 끝나면 예쁘게 접어 정리해넣어두면 끝아니냐?

청소기?

그거 그냥 집 문, 창문 다 열어놓고 돌리면 5분컷 아니냐?

설거지가 힘들다고? 나 맨날 하는데?

 

집안일에 관여를 안하거나, 서브로 들어가는 사람은 이렇게 얘기하기 쉬움.

실제로 서브로 들어가게 된다면 위에서 이야기한 것들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고.

틀린 말은 아님. 구구절절 맞는 말임.

근데, 이게 집안일 메인으로 들어가게되면 상당히 다른 일이 되어버린다.

 

 

집안일을 메인으로 잡게 된다면 고려해야할 것들이 많음.

일단 집안일의 양 자체가 달라짐.

이를테면, 4인 가족 기준으로 이야기해보면,

빨래, 설거지 등이 내 것 x4가 되어버림.

단순히 양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의 생활패턴까지 고려해야함.

 

집이 무한정 넓다면, 수납공간이 무한정 넓다면 상관없겠지만,

보통은 한정되어있음.

수납공간 뿐만 아니라 시간 또한 한정되어있다.

나 이외에 다른 가족 구성원들의 생활 사이클 등을 고려해서 세탁 등을 진행해야함.

이건 단순히 나 혼자 살면서 적당히 빨랫감이 찼을 때 세탁기 돌리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일임.

 

단순히 세탁양이 늘어났기에 요구되는 노동력이 늘어난다 그 이상,

다른 가족구성원들의 삶의 사이클 등을 항상 염두에 둬야한다는,

신경을 써야한다는 개념?

 

설거지 또한 마찬가지.

나 혼자 라면끓여먹고 설거지하는 거랑,

네 명이서 라면 끓여먹고 설거지하는건 다름.

 

식세기 돌리면 개꿀 아니냐? 할 수 있을텐데,

주말 기준 아침 점심 저녁 4인 기준의 식사를 준비하고 설거지 한다는건 쉬운 일이 아님.

 

 

청소기도 마찬가지인데,

집 안의 먼지를 제거한다는 것은 단순히 청소기를 돌리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집안일에 무심했던 사람이라면,

지금 이 대목을 읽는 것을 잠시 멈추고 컴퓨터 모니터 모서리 부분이나,

집 안 구석 진 곳들을 살펴보자.

누군가가 특별히 신경써 관리하지 않았다면 먼지 투성이일 것임.

 

 

단순히 내 방 컴퓨터 근처, 책상, 방 구석진 곳이 아니라 집 안 전체를 커버해야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단순히 먼지를 닦아내는 것 그 이상의 일임.

계속 얘기하지만 이걸 계속해서 염두에두고 신경써야한다는 것 자체가 꽤나 번거로운 일임.

 

 

물이 있는 곳은 항상 뭔가 문제가 생기기 쉽다.

집으로 예를 들면 주방의 싱크대와 화장실을 꼽을 수 있겠다.

어쩌다 한 번 설거지를 하게 된다면 싱크대 여기저기에 물과 세제를 뿌려놓고 도망가기 일쑤.

그저 깨끗하게 세척된 그릇들을 보며

`별 거 아니네~` 생각하며 뿌듯해하겠지.

 

하지만, 집안일 앵간치 해본 사람이라면 사방팔방 튀어있는 물과 세제를 보고 닦아내며

요란스럽게도 했네 생각할 것이다.

 

화장실 청소야 뭐....

관리안해주면 냄새나는 공공화장실 되는 거 순식간임.

 

 

그래서 얘기하고 싶은 점은 집안일은 힘든일이다! 집안일의 가치를 보장하라!

뭐 이런 이야기가 아니다.

어쩌다 한 번 집안일을 해놓고 `별 거 아닌데?` 라고 생각하는 것은 큰 오산이라는 점.

 

그냥 내 인생 살다가 어쩌다 시간이 조금 남아서,

기분이 좋아서 청소기 돌리고, 빨래 돌리고, 설거지 하는 거랑,

 

내 인생을 살면서 추가로 집안일을 어떻게 깔끔하게 해나가야할지 계속해서

내 신경의 일부를 할당해두고 지속적으로 인식 및 해결해나가야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일이라는 이야기.

 

 

화장실 청소를 하다가 화가나서 예시를 집안일로 제시했을 뿐이지,

세상만사 공통된 일 아닐까 싶다.

 

왜 운전도, 직장생활도 1년차 전후로 크게 사고 한 번 치잖음.

막내, 서브로 들어가서 이것 저것 깨작깨작 하다보면

자기도 괜히 뭐 되는 것 싶고 그래서 조금 설쳐볼까? 하다가 바로 사고 터지는거지.

 

 

아무쪼록, 마저 청소하러 가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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